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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필릭

지하공간에서의 심리적 안정감 유도를 위한 바이오필릭 요소 실험

지하공간의 심리적 불안정성과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가능성

지하공간은 도시 밀집화와 공간 활용 극대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그곳에서 심리적 불편함과 폐쇄감을 호소합니다. 이는 햇빛의 부재, 자연 요소의 결핍, 방향감각 상실 등 인간의 본능적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이러한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진화적으로 자연과의 연결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자연 결핍 장애(Nature Deficit Disorder)'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지하공간이 갖는 특유의 인공적 밀폐감을 상쇄하기 위해, 자연의 시각적·촉각적 요소를 공간에 통합하는 바이오필릭 전략은 심리적 안정감 회복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인공 조경과 자연 이미지: 지하공간의 시각적 바이오필릭 요소 실험

지하공간에 자연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인공 조경과 자연 이미지 활용입니다. 실제 실험에서는 창이 없는 지하 휴게실 두 곳을 대상으로 실내 벽면에 대형 수직정원을 설치하거나, 고해상도 숲 이미지 벽화를 적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 공간에서 일정 시간 머문 후 설문과 생체 데이터를 제출했고, 식물이나 자연 이미지를 접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고 심박수도 더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시각적 자연 요소가 지하공간에서의 폐쇄감과 긴장감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실제 자연'뿐 아니라 '자연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심리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실증합니다.

빛과 환기의 대체: 조명과 공조 시스템의 바이오필릭 전환

지하공간에서는 자연 채광과 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시스템 설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오필릭 조명은 자연광의 스펙트럼과 리듬을 모방하여 인간의 생체리듬을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는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 정오에는 밝고 하얀 빛, 저녁에는 황색에 가까운 조명이 자동으로 변화하는 조명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이 방식을 적용한 서울의 일부 노선에서는 승객의 불안감이 실제로 줄어들었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환기 시스템 또한 중요합니다. 일반 공조 대신 식물 기반 공기정화 시스템이나 아로마 디퓨저를 활용해 후각적 자연 자극을 함께 제공하면 정서적 안정감이 증가합니다. 이처럼 감각적 차원의 바이오필릭 요소는 지하공간에서도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하며, 그 효과 역시 매우 실질적입니다.

실험 결과와 향후 지하공간 디자인의 방향성

국내외 여러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지하공간에 자연성을 부여했을 때 사람들의 체류 시간이 증가하고 심리적 저항감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무 공간이나 대중교통 환승센터처럼 장시간 머무르게 되는 지하공간일수록 바이오필릭 요소의 유무에 따라 이용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극명하게 달라졌습니다. 미래의 도시 설계에서는 지하공간도 단순한 보조공간이 아니라 ‘정서적 복지’까지 고려한 독립된 생태적 공간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습니다. 빛, 식물, 자연의 이미지, 향기, 소리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다감각적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앞으로 지하공간 활용의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상황에 따라 자연 요소가 변화하는 스마트 지하공간의 구현도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